조선시대의 질병과 그 대응 방식은 당시의 의학 수준과 사회적 여건을 잘 보여줍니다. 여기서는 조선시대에 주요하게 발생했던 질병 중 역병(전염병), 두창(천연두), 그리고 학질(말라리아) 세 가지에 대해 다루며, 각 질병의 증상, 전파 경로, 그리고 당시 사회에서의 대응 방안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역병(전염병)
조선시대에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는 역병, 즉 다양한 전염병이었습니다. 역병은 병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사람 간 전파가 빠르고 많은 희생자를 내며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주로 홍역, 콜레라, 그리고 장티푸스와 같은 세균성 혹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조선 사회에서 자주 발생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당시에는 전염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역병을 하늘의 저주나 나쁜 기운이 원인이라고 여겼습니다. 역병의 증상은 고열, 발진, 구토, 설사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전염 경로는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혹은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도시나 장터, 그리고 교통로에서 빠르게 전파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역병이 발생하면 감염된 마을이나 지역을 고립시키고, 병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을 격리하는 방식으로 확산을 막으려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체계적인 역병 대응 체계가 부족했으나,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여러 대응 방식이 존재했습니다. 정부는 역병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 의약품을 지원하고, 역병을 물리치기 위한 의학서를 발간해 국민들에게 알렸습니다. 《동의보감》, *《마과회통》*과 같은 의서에는 전염병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당시 사용하던 한방 치료법이 수록되어 있으며, 정부에서는 이를 배포하여 의사들에게 전염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민간에서는 부적을 붙이거나 재앙을 막는 굿을 하는 등 전통 신앙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2. 두창(천연두)
조선시대 두창은 ‘호열자’라 불리며 심각한 감염병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두창에 걸린 사람은 높은 열과 피부에 고름이 찬 종기가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두창은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높은 치명률을 보였기 때문에 조선 사회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이에 대한 예방 및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두창의 주요 증상은 고열, 발진,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물집은 시간이 지나며 고름으로 차오르다 터져 흉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두창은 감염자의 기침이나 접촉을 통해 전염되었으며, 두창에 걸린 환자가 있는 집안이나 마을은 감염을 우려하여 철저히 격리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두창을 예방하기 위해 ‘두창종두법’이라는 예방접종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종두법은 두창의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감염된 사람의 고름을 건강한 사람에게 소량 접종하여 면역을 얻는 방식입니다. 조선 후기인 정조 시대에 이르러 의사 지석영이 종두법을 도입하며 두창 예방에 기여했습니다. 이는 천연두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졌고, 이후 종두법은 더욱 발전하여 조선 말기에는 두창을 예방하는 표준 방식이 되었습니다.
3. 학질(말라리아)
학질은 오늘날의 말라리아로, 당시 사람들에게는 ‘몸이 학(鶴)처럼 얇아지고 병약해진다’는 뜻에서 학질이라 불렸습니다. 학질은 주로 여름철에 발병하며 열대성 모기를 매개체로 하여 전파되었습니다. 학질에 걸리면 열이 오르고 전신이 아프며, 지속적인 열이 몸을 쇠약하게 하여 사망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높아 학질에 자주 걸렸습니다. 학질의 주요 증상은 고열, 발한, 오한, 피로감입니다. 이 질병은 모기에 물려 전염되기 때문에 주로 모기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발생 빈도가 높았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학질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으나, 여름철 습기와 더위가 원인이라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학질을 예방하기 위해 조선시대 사람들은 옷을 덧입어 피부를 보호하거나 모기장을 사용하여 모기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약초를 태워 그 연기로 모기를 쫓는 방식도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한방 치료로 학질을 치료하려고 했는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학질에 대한 처방으로 인삼과 같은 면역력 강화 약초나 발한을 유도하는 약재를 사용해 체내 독소를 배출하는 방식이 권장되었습니다.